<연극> 육쌍둥이

2022. 7. 7. 09:44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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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극을 보는 이유는?

즉각반응의 <육쌍둥이>를 관람하고 집에 왔을 때, 부모님이 내게 물었다. 연극이 뭐가 그리 좋냐고, 영화의 시대에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많은 사람들은 연극을 그저 ‘영화 열화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을 이동하면서까지 연극을 보러 가는 나는 브라운관 TV를 보는 사람만큼 이상하게 보일 테다.

그러면 나는 왜 이 ‘브라운관 TV’를 보는가. 답은 질문에 있다. 연극은 브라운관 TV도, 영화 열화판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을 보는 사람은 LED TV를 두고 브라운관 TV를 보는 사람보다는, LED TV를 보는 대신 소설을 읽는 사람에 가깝다. 연극은 영화의 하위 호환이 아닌, 전혀 다른 문화이기 때문이다.

나는 연극 전문가는 아니며(사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필자보다 연극 경험이 많을 가능성도 크다!), 사실 연극보다 영화를 더 즐기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연극의 특성에 대해서 몇 가지 느낀 바가 있다. 어느 정도는 일반화가 들어간 소감이지만, 일단 연극은 관람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상업극부터 부조리극까지 온갖 장르의 연극들이 존재하는 데다가,, 관람객이 스스로 시선을 옮겨가며 무대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두 번째 차이는 연기였다. 영화배우나 연극배우 중 어느 한쪽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영화에서의 연기와 연극에서의 연기는 꽤 다르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영화에서의 연기가 더 보기 편안하지만, 연극에서의 연기가 더 감정을 강하게 전달한다. 그 감정이 불편함이든, 웃음이든, 슬픔이든 간에. 나는 이병헌, 최민식, 김태리 등 영화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연기는 연극 무대 위에서였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그리고 이 지나치게 길어진 서론에서 말하고 싶었던 바는 ‘과장’이다. 연극에서는 모든 것이 과장되어 있다. 연기, 대사, 상황,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현실보다 과장되어 연출되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연극에 익숙해지지 못한 이유는 아마 이 과장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연극 <육쌍둥이>는 바로 이러한 과장성을 무대에서 강렬하게 선보였다. 마치 연극스러움이란 무엇인지 선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처음 보는 배우들임에도 얼굴들이 잊히지 않는 것도,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연의 의미가 계속 고민되는 것도 이 때문일 테다.

2. 육쌍둥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lt;육쌍둥이&gt;가 공연된 소극장 알과핵

사실 공연 전날까지만 해도 <육쌍둥이> 공연을 보게 될지 확실하지 않았고, 따라서 나는 공연에 대한 정보도 거의 찾아보지 않았다. 예매한 표를 찾을 때 받은 팸플릿에서 처음으로 공연에 대해 제대로 읽어봤을 정도였다. 그 때문인지 연극 초반부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지만, 덕분에 중후반부에서 더욱 재미와 궁금증을 느낄 수 있었다.

&lt;육쌍둥이&gt; 티켓. 티켓을 긁으면...무엇이 나올까요?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육쌍둥이>에서는 모든 것이 과장되어 있다. 캐릭터도, 캐릭터 설정도, 대사도, 연출도. 등장인물이 여섯 쌍둥이에 어머니까지 일곱 명인데... 이름이... ‘박수처,’ ‘신기해,’ ‘최고야’라고? 심지어 알음알음 알게 되는 이들의 성격도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육‘쌍둥이’임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분명히 스무 살인데도 다들 이름이 새겨진 기저귀를 차고 나타난다! 이쯤 되면 연극의 분위기가 짐작이 될 것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과장된 대사와 상황으로 인물들이 이야기를 펼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와 급변하는 상황으로 블랙코미디가 이어진다. 상황이 변할 때 공연과 같은 안무와 노래가 무대를 채운다. 너무 진지하게 극을 받아들이지 말자. 배우들이 열연하는 캐릭터들의 사연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보면서 즐기면 된다. 특히 ‘박수처’ 캐릭터가 극 내내 유쾌하게 시선을 강탈하니 편안하게 시선을 빼앗기면 되겠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출한 다섯 명의 아이. 그리고 가출하지 않고 어머니와 남은 아이 ‘조진내.’ 아이들을 입양한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스무 살의 여섯 남매가 겨우 한 자리에 모였다. 한동안 웃고 떠들고 갈등하느라 잊고 있었지만, 다들 뭔가 중요한 걸 잊은 기분이다. 상의는 제대로 차려입었지만 하의는 기저귀뿐인 육쌍둥이처럼 말이다. 그들이 잊고 있었던 질문은 바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들.

3. 레퍼런스를 찾아라!

대사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면, 어딘가 익숙한 레퍼런스와 오마쥬들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공연 소개에서 암시하는 그리스 신화와 용산 참사는 물론이고, 박수처가 두서없이 말하는 대사 속에서 성경, 스타워즈, 그리고 오감도(이상 作)를 찾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레퍼런스를 찾아내는 것도 꽤 재미있으니 대사를 열심히 들어보시길 바란다.


<공연 정보>

https://bit.ly/39yoX3q

싸니까 믿으니까 인터파크 티켓

tickets.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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