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오장군의 발톱 - 1부

2023. 3. 8. 14:05웹소설

728x90
반응형

오장군의 발톱

 

박조열 작 

[장] (제 1 경) 

감자밭이 있는 들판 넓은 벌판. 여윈나무 다섯그루. 초여름. 흐리존트에 걸린 태양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크기보다 다섯 배 더 크다. 태양은 졸고 있다. 음치스런 노래소리가 가까와지더니 오장군🪖이 쟁기를 메고 나타난다.

 

[오장군] (노래, 팔자요의 가락) 

엄마 엄마 울 엄마야 

무엇할라고 날 낳아놓았던가 

날라면은 잘 낳거나 

어정퍼정 낳아놓고 

고생만 시키누나 

날만 새면 일을 하니 

내가 무슨 황소 아들인가아 --- 

(어깨에 메고 있던 쟁기를 내동댕이치려다 말고 얌전히 놓고 뒤돌아 보며) 어, 인석이 또 쳐졌군. 야, 먹쇠야 ! 빨리 뛰어 오지 못해 ! 

 

무대 밖에서 방울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황소가 나타난다. 먹쇠는 황소 이름이었던것이다. 황소의 가면을 쓴 건강한 인간, 커다 란 방울 쟁기용 멍에를 목에 걸고 있다. 황소, 오장군 앞에 서더니 손에 들고 있던 회초리를 내민다. 오장군, 그것을 받고 한대 갈기는 시늉만 하고 나서 먹쇠에게 돌려주고 쟁기를 멍에 끝에 달아 맨다. 먹쇠더러 회초리를 도로 달래가지 고는 세번을 위협적 으로 돌린다. 

 

[오장군]

이랴 가자 ! 어디로 가는 거야! 이쪽이야 이쪽! 옳지 옳지. 

(종달새 소리, 하늘을 쳐다보며 밭갈이요 가락) 

종달새야 종달새야 종달새야 

꽃분이 목소릴 닮았구나 

종달새야 종달새야 (막힌다. 다시 시작) 

종달새야 종달새야 종달새야 

네목소리가 간지럽구나아

(하며 길게 길게 끄는데 멀리서 숫소 우는 소리가 들린다. 먹쇠가 그 소리를 듣고 우뚝서며 귀를 기 울인다)

누가 서라고 했어!

(하는데 또 숫소 우는 소리)

옳지, 너 꽃분이네 숫소가 우는 소릴 듣고 있구나. 근데 너 벌써 ---!

(먹쇠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흐음, 너도 이제 처녀가 다 됐구나, 궁뎅이가 함지만해 가지구. 좋아, 그렇담 너두 어서 시집을 가야 지. (먹쇠를 쳐다보며 잠시 갸우뚱 생각에 잠긴다. 사방을 둘러보며)

이 밭을 다 갈러면 닷세는 걸릴거야. 하루는 푹 쉬고 그 담날에--- 닷새에다 하루쉬니엿새 또>> 다음날이니까 이레 --- 가만있자, 이레째는 우리 아버지 제사날 아냐? 어른 제사날 에 그런 짓 하면 부정타지. 

 

[먹쇠] (머리를 흔들며) 뫼에 뫼에

[오장군] 상관없다구? (잠깐 먹쇠를 쳐다보고 나서) 정말 짐승같은 소릴 하는구나. 하긴 짐승에게까지 우리아버지 제삿날을 정 하게 지내랄 수는 없지. 좋아, 그럼 우리아버지 제사날에 시집보내주마.

[먹쇠] (기뻐서) 뫼에 뫼에--- 

[오장군] 그 대신 열심히 일해줘야 한다.

[먹쇠] 뫼에 ! 

[오장군] 가자 ! 

[먹쇠] (신이 나서 꺼떡거리며 간다 ) 

[오장군] (박자 맞추듯)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꽃분네 숫소가 뫼에. 먹쇠도 뫼에. 다시 꽃분네 숫소 뫼에. 먹쇠도 뫼에) 자알 논다, 너희들! (멈짓) 가만, 그럼 넌 주연인 내가 장가들기 전에 시집가는 것 아냐? 나도 금년 가을엔 꽃분이 한테 장가갈텐데 ---너 그 때까지 참아줄 수 없겠니 ? 

[먹쇠] (질색하며) 뫼에, 뫼에, 뫼에, 

[오장군] 아따 앙달은! 좋아, 니가 먼저 시집가라. 

(밭갈이요 가락) 이려 어디 이려 어디

슬슬 돌아가자 바로 바로 가자 

이랴이 소야아 말잘들어라 

그래야 시집보내준다 

어디 이려 빨리가자 이려 낄낄 

(둔중한 폭격기 편대음이 높이 지나간다. 인간과 소는 함께 불안스러운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본다) [오장군] 망할놈들! 꼭 우리 감자밭 위를 지나간단 말이야. 잘못해서 폭탄을 떨구기라도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침묵, 상상)슈웃 콰앙! (침묵, 상상. 사방을 크게 손젓고 나서) 조심해! 망할놈들! 가자!--- 

(한결 신명이 죽은 투로 밭갈이요 계속) 

[오장군] (밭갈이요 가락)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소 어디 잘못간다 

어디어 이소 바로 가자--- (다시 편대음, 먹쇠 선다) 

괜찮아, 가자! (편대음과 큰소리 내기라도 하듯이 고래고래 지르면서 노래한다) 

이랴 이소 빨리 돌아가자 

얼른얼른 돌아가자 

한눈팔면 사팔뜨기 된다 

어디여 이소 곧장 가거라 

해는 벌써 한나절 됐다 

빨리 갈구 점심먹자 (편대음 멀어져 간다) 

빨리 갈고 점심먹자아 

빨리 갈고 점심먹자아--- (길게 끌다가 갑자기 뚝그치며) 어유우, 배고파 ! 

(무대 뒤쪽에 대고) 엄마아! 엄마아! 

[엄마] (무대 뒤에서) 오냐, 나간다. 

[오장군] (먹쇠에게) 너두 외양간에 가서 점심먹구와. 

[먹쇠] 뫼에 --- (하며 손을 내민다. 회초리를 달라는 것이다) 

[오장군] 밥먹구 나서 너무 오래 낮잠 자면 안된다. 5백개 셀 동안만--- 아니 천, 예에라, 천5백 셀 동안만큼 자고 오너라. [먹쇠] 뫼에--- (회초리를흔들며 퇴장) 

이윽고 엄마가 함지를 들고 나온다. 저렇게 작은 엄마가 저렇게 큰 오장군을 낳다니 

--- 하고 깜작 놀라게끔 작달막하다. 

[오장군] (달려가서 함지에 씌운 보자기를 훌렁 벗겨본다) 체에. 

[엄마] 비켜라 인석아. (내려놓는다) 

[오장군] (저만치 물러서서) 술 받아오라고 했잖아 ! 

[엄마] 저녁때 받아줄께. (밥그릇 반찬그릇들을 바닥에 놓고 숟가락🥄을 주면서) 어서 먹어라. 

 

https://link.coupang.com/a/Rna5s

 

쓰임 마일드 매트 공기

COUPANG

www.coupang.com



[오장군] (뚱해서 보고만 있다) 

[엄마] 안 먹음 치운다. 

[오장군] (재빨리 앉는다. 탐욕스런 한술) 

[엄마] 물부터 먹어야지. 

[오장군] (물그릇을 비운다. 밥먹는 판토마임) 

[엄마]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겠냐 ? 

[오장군] (먼데를 가리키며) 조기. (다 먹고 나서 벌렁눕는다) 천 5백 세거든 깨워주세요. 

[엄마] 오냐. (이미 드르렁대는 아들에게) 맘놓구 자거라. (자장가 부르듯) 하나, 둘, 셋, --- 

(비행기 편대음이 지나간다. 그소리에서 보호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이며 센다) 

(집배원이 등장한다. 키다리. 구두 밑에 한자 높이나 되는 징을 박고 있다.)

[집배원] 안녕하세요? 우체국에서 왔읍니다. 

[엄마] (끄덕이며 여전히 센다) 

[집배원] 오장군씨에게 편지가 왔읍니다. 

 

[엄마] (끄덕이며 오장군을 가리킨다) 

[집배원] (깨우려고 한다) 

[엄마] (질색하여 말리며 편지를 내놓으라고 손짓) 

 

https://link.coupang.com/a/RncR2

 

매니토 그린 감성 특별한 예쁜 편지지 세트

COUPANG

www.coupang.com

 

[집배원] (가방속에서 두텁고 큰 징집영장을 꺼낸다)

[엄마] (받아들고 본다. 문맹이다. 집배원에게 읽어달라고 손짓) 

[집배원] (옆으로 째지는 입과 귀와 눈) 징집영장! 제일국민역 오장군 귀하. 병역법 몇조에 의하여 현역으로 징집한다.>> [오장군] 몇년 몇월 며칠 몇시까지 제 5지구 장정집결지에 출두하라. 불응시는 병역법 몇조에 의하여 종신형에 처함. 제 5지구 집결지는 아무데다. 서기 몇천 몇백 몇십 몇년 몇월 며칠. 제5지구 모병사령관. 서명. (잠시 위엄을 더 부리고 나서) 아셨죠?

[엄마] (여전히 세며 끄덕. 알리가 없는 데도) 

[집배원] 내일까지 집결하라는 명령입니다. 아셨죠 ? 

[엄마] (잠깐 생각하더니 모른다고 가로젓는다) 

[집배원] 예 ? 

 

[오장군] (꿈틀거리며 깨어난다)엄마 ! 

[엄마] 왜 벌써 깨나냐? 이제 겨우 **를 세었는데 --- 더 자거라. 

[오장군] 꿈을 꿨는데 말야. (하다가 집배원을 보고) --- 엄마 저 사람 누그야 ? 

[엄마] 우체국이란 데서 왔다는구나. 

[오장군] 우체국이요? (이내 무관심해지며) 엄마, 꿈에 내가 전쟁에 나갔지 뭐야. 

[엄마] 넌 잠이 들었다 하면 개꿈을 꾼다니깐. 어서 더 자거라. 

[오장군] 어우 무서워! 이만한 대포알이 위잉! 소리를 내면서 번개같이 날아오더니 내 입속으로 --- [엄마] 듣기 싫다. 그보다두 애, 이걸 저 나리께서 가져왔다. 난 도무지 무슨 소린지 --- 

[집배원] 오장군씨, 당신은 정말 군에 입대하게 됐읍니다. 그건 바로 군대로 나오라는 명령 섭니다. [엄마] 뭐, 뭐요 ? 

[오장군] (읽는다) 

[엄마] 애, 정말이냐 ? 

[오장군] 아마 그런 말인가봐. 

[엄마] 아유, 이를 어째 ! 그런 줄 알았으면 내 받지를 말걸. 

[집배원] 하하하 --- 그게 어디 안 받으신다구 --- 자, 여기에 손도장을 찍어요. 

[오장군] (엄지손가락으로 찍는다) 

[집배원] (관객을 향해서) 꼭 내 엄지 발구락만 하군. (장군과 엄마에게) 20년 전에 서쪽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을 땐 나두 출전 했었죠. 난 키가 큰 덕에 중대연락병으로 뽑혔읍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난 중대지휘소와 대대지휘소 사이를 365회나 왕복했읍 니다. 난 참 운이 좋았죠. (손가락으로 몸의 여기저기를 총알이 지나가는 흉내를 하면서) 총알이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가고, 또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가고, 또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가고 또 한번은 여기를 스쳐 지나갔어요. 하지만 난 여지껏 우리 어머니에게만은 이 얘길 안했습니다. 어머니가 이 얘길 들으면 얼마나 놀라겠읍니까? (마치 그리운 옛날을 회상한듯한 자세로) 그 때 생각을 할 적마다 나는 꿈꾸는 듯한 시분이 되곤 하죠. (손가락으로 총알이 여기저기를 지나간 흉내를 되풀이 하고 나서 오장군과 엄마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휘적휘적 나간다) 

[엄마] (멍해있다) 

[오장군] 엄마! 나 꽃분이한테 알리고 올께. 

[엄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꽃분이한테 장가라도 보낼걸. 

[오장군] 먹쇠더러 천 5백 세구 나서 또 천5백 셀 동안만큼 더 자라고 일러줘. (퇴장하며) 꽃분아! 꽃분아! (무대 뒤에서멀어 져가며 계속 부른다) 

[엄마] (그 소리를 멍하게 한참 듣고 있다가 불쑥) 내아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728x90
반응형

'웹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곡] 오장군의 발톱 - 2장  (0) 2023.03.08
성냥팔이 소설 (4화)  (0) 2022.11.04
성냥팔이 소녀 (3화)  (0) 2022.11.04
성냥팔이 소녀 (2화)  (0) 2022.11.04
성냥팔이 소녀 (1화)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