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오장군의 발톱 - 2장

2023. 3. 8. 14:12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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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2 경) 

우물가 

같은 태양. 울창한 나무 한 그루. 꽃분이가 물동이를 이고 손에 커다란 궤짝을 들고 나온다. 무대 가운데 그 궤짝을 놓자 궤짝 은 우물이 된다. 물동이에 물을 길으며 부르는 꽃분이의 노래. 

[꽃분] 퐁퐁퐁퐁 샘물은 

우리엄마 젖같이 

오줌 싸게 오줌같이 

밤이나 낮이나 

퐁퐁퐁퐁 퐁퐁퐁퐁 

(무대 뒤에서 꽃분이를 부르는 소리가 가까와지다니 오장군이 등장해서 꽃분이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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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마지막으로 한번 더 크게 길게 ) 꼬옷부운아 ! 

[꽃분] 니 목소린 언제 들어도 좋구나. 

[오장군] (다시한번) 꼬옷부운아아! (하고 나서) 나 군대 가게됐어.

[꽃분] (멍해진다. 한참 침묵)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오장군] 뭐가?--- 아아, 죽는 거지. 

[꽃분] (대꾸할 말이 얼른 안 떠오른다) 군대간다구 다 죽나 뭐. 

[오장군] 다 죽었잖아. 돌쇠, 북쇠, 감돌이, 팔월이, 맹숭이, 칠보 --- 

[꽃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오장군] 울어도 소용없어. 

[꽃분] (뚝 그쳤다가 다시 울더니 뚝 그치고) 언제 가는거야 ? 

[오장군] 내일아침. 

[꽃분] 내일아침? (멍에진다) 

[오장군] 난 아마 대포알에 맞아서 죽을 거야. 

[꽃분] 만약에, 만약에 죽는다면 난 --- 

[오장군] 딴 총각에게 시집가야지 뭐 (멀리서 숫소 암소가 서로 부르는 소리) 

[꽃분] 장군아. 저리가자. 

[오장군] 어디? 

[꽃분] 저나무 뒤, 지금 결혼하자. 

[오장군] 미쳤니 너! 

(장군의 손을 잡고 나무 뒤로) --- 

(요란스러운 까치소리. 얼굴을 돌리는 태양. 종달새. 나무가 허리를 굽히며 그들을 가려준다. 이윽고 두사람 나온다. 허리를 펴 는 나무.) 

[오장군] (등을 긁으면서 ---)개미한테 물렸나봐 --- 난 그만 가봐야겠어. 군대 가기 전에 감자밭을 더갈아야 해. 그래야 나 없는 새 엄마가 덜 고생할 것 아냐. 

[꽃분] --- (끄덕) 

[오장군] (가다말고 ) 아들일까, 딸일까 ? 

[꽃분] --- 

[오장군] 쌍둥일 낳아줘, 아들하구 딸하구 --- 

(퇴장) 

[꽃분] (멍해 있다가 불쑥 )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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